아래 내용은 '10대를 위한 나의 첫 소설 쓰기 수업' 책 내용 중 4장 '책 안 읽어도 독서 덕후'에서 해야하는 글쓰기 내용입니다.
혹시나 저처럼 이 책을 이용해 글쓰기를 배워나가는 과정인 분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글을 남깁니다.
생동감을 위해 맞춤법은 따로 수정하지 않았습니다. :)
도서관 책 10권의 제목을 이어서 짧은 이야기 만들기
책 10권 제목
도서관을 가기는 귀찮아서 알라딘 전자 도서관의 신착 도서 10권의 제목을 이용하려고 한다.
- 석유의 종말은 없다
- 밥 프록터의 위대한 확언
- The Black Book 검은 감정
- 절집 오르는 마음
- 부는 어디서 오는가
- 월마트, 두려움 없는 도전
- 도스토옙스키가 사랑한 그림들
- 불안의 밤에 고하는 말
- 우리의 기원, 단일하든 다채롭든
- 아들아 명심하거라, 잘 사는 데 필요한 건 따로 있다
밥 프록터의 위대한 확언이 무엇인지 그의 아들 빌만이 알고 있었다. 빌은 5분 뒤에 연단에 서서 전세계가 지켜보는 생방송을 통해 그 말을 전해야 했다.
빌은 대기실 쇼파에 홀로 앉아 있었다. 그는 다리를 떨다가 손으로 얼굴을 세수하듯이 비볐다. 구두로 시멘트 바닥을 딛자 그 마찰음이 대기실에 퍼졌다. 머리를 벅벅 긁으며 방 안을 돌던 그가 메이크업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을 바라 봤다.
"아들아 명심하거라, 잘 사는 데 필요한 건 따로 있다."
아버지가 침대에 누운 채 입술 가까이 있는 빌의 귀를 향해 떨리는 목소리로 뱉은 말이었다. 고개를 들어 아버지를 바라 봤을 땐 이미 그 곳에 아버지는 없었다. 하지만 그 벌어진 입술 껍데기에서 어떤 말이든 더 남아 있지 않을까 싶어 빌은 한참을 바라봤다. 대중이 이제 이 마지막 말을 들으면 얼마나 허무하게 생각할까, 빌은 그 실망한 표정들이 눈 앞에 뻔히 보여 두려웠다.
노동자와 기업가를 공생할 수 있도록 발판을 만들었던 빌의 아버지. 백인도, 유색인종도, 동성애자도, 이성애자도, 양성애자도, 그러니까 우리의 기원, 단일하든 다채롭든 그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것만이 중요한 사실이라며 자신의 회사인 월마트에서 존중과 평등이 무엇인지를 보여준 그였다. 월마트, 두려움 없는 도전이라는 뉴스 기사에선 부는 어디서 오는가라는 주제로 밥 프록터가 월마트를 이끌어가는 힘이 이러한 인간 존엄과 평등에서 온다는 이야기가 실렸고 이후로 월마트는 폭발적으로 미국 시민의 지지를 받으며 확장해 나갔다.
그런데 인생의 마지막에 와서 하는 얘기가 잘 사는 데 필요한 건 따로 있다니... 빌은 이 말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 지 아버지가 돌아가신지 한 달이 넘었지만 아직도 알 수 없었다.
빌은 창 밖을 봤다. 비가 내리는데 한 남자가 찢어진 파란 비닐 우의를 입고 '석유의 종말은 없다'고 쓴 피켓을 들고 있었다. 최근에 석유로 인한 환경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그 끝을 우려하는 방송들이 속속 나오고 있었다. 그에게 대기실을 제공해준 SBC 방송국에서는 이와 관련해 'The Black Book 검은 감정'이라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는데, 석유가 제공한 편의들로 인해 망가진 지구를 보여주며 석유 종말론에 관한 불씨를 키웠고 그 덕분에 석유와 관련된 일을 종사하는 사람들의 각종 항의가 끊이질 않았다. SBC의 보도국장으로 있는 빌의 아내는 이런 항의 연락을 받을 때면 절집 오르는 마음으로 대응했다.
대기실 문 열리는 소리에 빌이 돌아보자 그의 아내가 입 끝에 힘을 주며 웃는 건지 걱정하는 건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들어왔다. 빌을 안고 등을 쓰다듬은 아내는 그에게 가볍게 입을 맞췄다.
"준비 됐어?"
"모르겠어. 아직도 이 말을 하는 게 맞는지..."
아내는 그의 어깨 너머 창 밖을 잠시 바라보더니 한숨을 쉬었다.
"당신, 도스토옙스키가 사랑한 그림들 중에 '불안의 밤에 고하는 말'이라는 작품 알아?"
"아니. 그건 왜?"
"그 그림은 어둠으로 가득해. 그냥 검다가 아니라 칠흑같은 어둠이 느껴져."
"그게 무슨 의미야?"
"글쎄, 나도 어떻게 말해야 할 지 잘 모르겠는데..." 아내는 그의 손을 잡았다. "결국 그건 그냥 밤일 뿐이라는거지."
빌은 한숨을 쉬며 거울을 봤다. 밥 프록터의 아들 빌 프록터가 그 곳에 있었다. 그는 헛기침을 하고 목을 가다듬고는 말했다. "아버지가 남긴 말은 이렇습니다. 잘 사는 데 필요한 건 따로 있다."
그의 목소리가 방 안에 작은 울림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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