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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연습

글감, 지금 네 입 안에 있어(2) 편

10대를 위한 나의 첫 소설 쓰기 수업 책 표지

아래 내용은 '10대를 위한 나의 첫 소설 쓰기 수업' 책 내용 중 2장 '글감, 지금 네 입 안에 있어'에서 해야하는 글쓰기 내용입니다.

혹시나 저처럼 이 책을 이용해 글쓰기를 배워나가는 과정인 분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글을 남깁니다.

생동감을 위해 맞춤법은 따로 수정하지 않았습니다. :)

4. 나는야 광고 천재

과자 광고 카피 쓰기

  • 사랑을 시작하고 싶을 때, 칸쵸 까죠!

5. 소화될 때까지 쓰고 또 쓴다

과자와 관련된 추억 쓰기

엑설런트, 나의 인생

초등학교, 아니 그 당시에는 국민학교였던 시절이었다. 나는 바로 위층에 살던 친한 친구 집에 자주 놀러 갔다. 그 친구의 이름은 재권이였다. 재권이 집에 가면 우리집에 없는 장난감을 가지고 놀거나 먹을 것을 맛볼 수 있었다.

우리집은 가난했다. 그리고 가난한 집의 레퍼토리가 그렇 듯 부모님은 싸움이 잦았다. 자다가 엄마가 아빠에게 맞으며 우는 소리에 잠에서 깨서는 심장을 달래기 위해 이불을 머리 끝까지 뒤집어 쓰곤 했다.

저녁을 먹다가 티비 광고에서 엑설런트, 노마 에프 같은 먹을 것들이 광고가 나와도, 학원에 가는 친구들의 뒷모습을 한참 바라보다 집에 돌아 와서도 나는 침묵을 지켰다. 그저 고요함이 평화였고, 고요함은 침묵 속에서 좀 더 오래 유지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인지 재권이 집에서 나는 웃기 시작하면 눈물이 나도 멈출 줄 몰랐다. 그런 나에게 재권이 엄마는 먹을 것을 많이 내주었다.

하루는 재권이 집에서 놀다가 냉동실을 열어보니 엑설렌트가 있었다. 티비 광고로만 보던 반짝이는 파란 포장지가 성애가 낀 그 곳에서 빛나고 있었다. 내가 먼저 먹어도 되냐고 물었던 건지, 그냥 내주셨던 건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단지 그 파랗고 네모 난 엑설런트 한 개가 내 눈앞에 놓였고 나는 그 포장지를 한 겹씩 한 겹씩 포장지가 뭉개지지 않도록 열었다. 그 안에서 바닐라 꽃처럼 부드러운 아이보리 색의 아이스크림이 하얀 김을 뿜고 있었다. 한 입 베어 물자 순두부처럼 입 안으로 들어왔다. 목구멍으로 넘어가려 하면 헛구역질처럼 뱉어내서는 미지근해질 때까지 계속 입 안에서 굴렸다. 엑설런트는 깊은 동굴 천장에 작은 틈을 비집고 내리 쬐다 어느새 사라져 버리는 햇빛이었다.

이제는 엑설런트를 언제든 사 먹을 수 있는 어른이 됐다. 일주일 치 먹을 장을 보기 위해 마트에 가서 코너를 한 칸씩 돌다 보면 아이스크림 가득한 냉동고가 줄서 있는 통로에 들어선다. 빨간색, 초록색, 알록달록한 아이스크림 박스들 사이에서 이제는 엑설런트가 한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다른 아이스크림 포장지가 화려해진 탓일까, 그게 없어도 괜찮아진 걸까. 어느 쪽이어도 상관 없다. 엑설런트를 사 먹을지말지 내가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 사실이고, 그거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