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내용은 '10대를 위한 나의 첫 소설 쓰기 수업' 책 내용 중 4장 '책 안 읽어도 독서 덕후'에서 해야하는 글쓰기 내용입니다.
혹시나 저처럼 이 책을 이용해 글쓰기를 배워나가는 과정인 분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글을 남깁니다.
생동감을 위해 맞춤법은 따로 수정하지 않았습니다. :)
거리에 있는 간판 열 개를 살펴보고 그 간판에 적힌 단어들을 연결해서 이야기 만들기
간판명
- 맛있는 치킨 리치치킨
- 아름다운 공간 연
- 오월
- 이윤수&조성완 비뇨기과 의원
- 카페 파스쿠찌
- Mardi
- 라무진
- 사랑옵다
- 안심치킨
- 디저트 르 라바
단어
맛있는(맛있다), 치킨, 리치치킨, 아름다운(아름답다), 공간, 연, 오월, 이윤수, 조성완, 비뇨기과, 의원, 카페, 파스쿠찌, Mardi, 라무진, 사랑옵다, 안심치킨, 디저트, 르, 라바
이윤수와 조성완은 비뇨기과 의원에서 마주쳤다. 6학년 새 학기가 시작되고 두 달이 흐른 오월 어느날의 일이다.
"mardi." 윤수가 성완을 보며 말했다.
성완은 윤수가 프랑스말로 자신의 기를 죽이려 한다는 걸 알고 있다. 지난 겨울 프랑스 여행을 다녀 온 윤수는 친구들과 이야기 나누다가도 감탄사처럼 프랑스어로 혀를 굴려가며 말했다. 그럴 때마다 친구들은 그에게 파리바게뜨나 뚜레주르가 프랑스에도 있던지, 빵이 정말 맛있는지 물어보거나 여행 사진 좀 보여 달라고 했고 윤수는 자신의 스마트폰에서 밤의 샹들리제 거리, 개선문, 유리로 된 피라미드가 있는 루브르 박물관 앞에서 찍은 사진 같은 걸 보여줬다. 합성 아니냐고 친구들이 부러워서 한 마디 던지면 윤수는 미간에 힘을 주고 손을 앞으로 내밀면서 유럽 축구에서 선수들이 심판의 옐로카드에 항의하는 듯한 자세로 "시벨롬"하고는 했다.
성완은 윤수에게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 그의 멱살을 잡았다. 그러자 윤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양 손을 뻗으며 헐리우드 액션 하는 축구 선수처럼 당황한 연기를 했다. 그러자 주변 애들이 웃더니 하나둘 성완에게 "시벨롬"하고 말했다. 성완이 "뭐 시발놈아?" 하자 애들이 하나의 축구팀 마냥 윤수와 같은 포즈를 취했다. 그 중 땋은 머리를 하고 안경 낀 여자애가 윤수의 어깨를 잡으며 "있잖아, 시벨롬은 프랑스 말로 잘 생긴 남자라는 말이야." 하고 말했을 때 성완은 얼굴이 너무 뜨거워서 손으로 벅벅 긁고 싶었다.
"mardi." 성완이 윤수가 말한 억양에서 느껴지는 악센트를 더 강조하고 r발음을 굴렸다.
윤수는 "오~ 조성완. 무슨 뜻인지 알고 하는 말이야?"
"당연하지. 인사하는 거잖아."
윤수는 성완을 손가락질 하며 웃음을 쥐어짜냈다. "화요일이란 뜻이거든."
성완의 귀가 빨갛게 변했다. "그럼 너 라무진이란 말은 아냐?"
"라무진?" 윤수는 입으로 라무진을 억양을 바꿔가며 되뇌었다. "아 어디서 들어 봤는데. 중국어 아냐? 아냐아냐. 일본어 같은데. 잠깐만."
성완은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건 아버지가 운영하는 양고기집 이름일 뿐이었다. 아버지에게 그 뜻을 물어 본 적은 없었다.
"학생들. 의원에서는 조용히 해야지." 그들이 앉은 쇼파 맞은편 카운터에서 간호사가 말했다. 카운터와 쇼파는 몇 걸음 되지 않는 거리에 있는 협소한 공간이었지만 좌석에는 10살이 안 돼 보이는 남자 애들과 그들의 엄마들로 가득 했다.
수술실 쪽에서 비명과 울음 소리가 불협 화음을 일으키며 대기실로 퍼졌다. 윤수와 성완은 다리를 떨었다.
"우리 점심 치킨 어때?" 카운터에 앉아 있는 얼굴이 길쭉한 남자 간호사가 말했다.
"좋지. 리치치킨 아님 안심치킨?" 카운터 앞에 서서 차트를 뒤적거리는 키가 작고 땅땅한 다른 여자 간호사가 말했다. "시켜 먹으면 치우기 귀찮으니까 안심치킨 가서 먹자. 디저트는 파스쿠찌 아아 사다리 타기로, 콜?"
남자 간호사가 손으로 오케이 신호를 보냈다. 그 때 윤수가 성완의 귀 쪽으로 몸을 기울여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치킨 생각 나는 거 실화냐?"
"라바에 나오는 레드랑 옐로우처럼 생겨서 비위가 좋은가."
윤수가 웃음을 터뜨리자마자 레드를 닮은 여자간호사가 그들을 노려 봤다. 윤수는 손으로 입을 가리고는 고개를 숙였다. 그의 어깨가 들썩거렸다.
"의사도 라바 캐릭터면 병원 이름 다시 지어야 하는 거 아니냐?"
성완의 말에 윤수가 주먹으로 그의 팔을 쳤다.
"아씨 아파 새꺄." 라고 말하는 성완의 입에서 웃음이 새어 나왔다.
"저거 뭐야? 연 아냐?" 옐로우가 성완과 윤수 뒤로 난 창을 보며 말했다.
"그렇네 독수리 연? 이 동네에 연 날릴 만한 공간이 있었나?" 레드가 말했다.
성완과 윤수는 뒤를 돌아 봤다. 갈색의 독수리 모양의 연이 하늘에서 물결치고 있었다. 누가 날리고 있는 지 보고 싶었지만 창턱에 가려서 보이지 않았다.
하 하 하 망해버린 이야기.
사랑옵다, 르 같은 단어는 대체 어디에 넣어야 할지...
연이랑 공간도 아무 연관성 없이 우겨 넣었다. 그런데 막상 넣고 보니 어색한 건 있지만 말도 안되는 건 아니라서 신기하다. 일단 다음 글쓰기로... ㅠㅠ
타임머신을 타고 열 살 때로 돌아간다면 가장 해보고 싶은 일과 가보고 싶은 장소를 구체적으로 써보자.
파편 찾기
타임머신을 타고 열 살 때로 돌아간다는 게 그 시절의 내가 있는 공간에 성인이 된 지금의 내가 간다는 것 인지, 열 살의 몸으로 돌아갔지만 정신은 현재의 나를 유지 한다는 건지 모르겠지만, 전자라고 생각하고 글을 쓰겠다.
가장 해보고 싶은 일은 그 때의 나는 어떤 하루를 보내는지 지켜 보고 싶다. 열 살이면 S초등학교에서 K초등학교로 전학가기 전년도인 3학년이었고, 부모님이 이혼 후 집을 분리하기 직전 해였던 걸로 알고 있다. 그런 큰 이벤트가 벌어지기 직전 해이지만 기억 속에는 그 시절이 없다. 열 살의 나를 머릿 속에서 그릴 수가 없다. 그래서 궁금하다. 그 때의 나는 어떤 하루를 보내며 살았을까.
어렴풋이 기억나는 건 야구를 좋아했다는 사실이다. 살았던 맨션 담벼락에 투수처럼 테니스공을 던졌던 기억이 있다. 이 기억이 열 살 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만약 열 살의 내가 그렇게 노을지는 놀이터에서 공 던지기 연습을 했다면 다가가서 말을 건네고 이야기 나눠 보고 싶다. 어떤 생각을 하며 살고 있었을지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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