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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기록/밀리와 함께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금정산 환 종주, 반려견 밀리와 등산(feat. 견체공학 어부바 가방)

금정산 제4망루에 올라선 밀리
금정산 제4망루에 올라선 밀리

인생은 역시 생각대로 안되네요.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받아들이고, 후들거리는 다리를 한 걸음 씩 내딛는 수밖에요. 너무 힘들면 잠시 앉아서 쉬기도 해야겠죠. 가방에 든 초코바도 꺼내 먹고, 약수터가 보이면 물도 한 잔 하고, 지나가는 사람에게 "안녕하세요" 인사도 건네봅니다.

그러고 보니 그렇게 살아왔네요. 그리고 그런 순간들이 지금의 나를 있게 했네요.

봄 햇살에 녹기 시작한 샘물처럼 마음이 흐르기 시작했습니다. 다시 걸어가야겠습니다.


2024년 1월 15일, 밀리와 함께 금정산성 환 종주를 했습니다. 화명수목원에서 시작해 시계방향으로 돌면서 서문, 북문, 동문, 남문을 거쳐 다시 화명수목원에 도착하기까지 약 8시간이 걸렸습니다.

좀 더 정확히는 완전하게 시계 방향은 아니었습니다. 중간 갈림길에서 길을 잘못 선택하는 바람에 서북쪽 성벽은 따라 걷질 못했네요. 🥲

장시간 등산이었고 이전 장산 등산 때를 생각해 봤을 때 밀리에겐 힘든 산행이 될 거라 예상했습니다. 그래서 밀리를 중간에 업고 이동할 수 있는 캐리어를 찾다가 견체공학에서 나온 어부바 가방을 발견하고 구매했습니다. 광고는 아니지만 환 종주를 완주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역할을 했기에 관심 있으신 분은 아래 글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

등산 코스

대천천 누리길 주차장(화명수목원 옆) ➡ 서문 ➡ 제4망루 ➡ 의상봉 ➡ 원효봉 ➡ 북문 ➡ 고당봉(길을 잘못 들었다는 사실 인지) ➡ 북문 ➡ 원효봉 ➡ 의상봉 ➡ 제4망루 ➡ 동문 ➡ 대륙봉 ➡ 남문 ➡ 제1망루(상계봉) ➡ 파리봉 대천천 누리길 주차장(화명수목원 옆)

등산 시간

약 8시간

주차장 주소

대천천 누리길 주차장

주소

부산 북구 화명동 산 43-14

요금

무료

01
화명수목원 주차장은 새벽에 개방 돼 있지 않아서 바로 옆에 있는 대천천 누리길 주차장에 주차했습니다. 대천천 누리길 주차장에는 공중화장실도 있습니다.

이 길이 맞는 걸까? (서문 ~ 제4망루)

일출 시각까지 한 시간가량 남아서 아직은 어둠이 가득한 금정산 진입로. 밀리의 뒷통수가 영 꺼림칙한 눈치네요.
일출 시각까지 한 시간가량 남아서 아직은 어둠이 가득한 금정산 진입로. 밀리의 뒷통수가 영 꺼림칙한 눈치네요.
여기가 서문으로 향하는 시작점입니다. 처음에는 발견하지 못하고 지나쳤습니다. 상체를 숙이고 들어가야 하는 높이입니다.
서문은 바로 앞에 있었습니다. 서문으로 내려가는 길이 경사져있으니 조심하세요.
서문은 바로 앞에 있었습니다. 서문으로 내려가는 길이 경사져있으니 조심하세요.
밀리와 출발한 지 5분도 채 안 돼 기념사진을 찍어봅니다
서문 앞에서 기념 사진을 찍었어야 했는데. 아쉽습니다.
서문 앞에서 기념 사진을 찍었어야 했는데. 아쉽습니다.
날 어디로 데려가는 거개
날 어디로 데려가는 거개
설치된 나무 계단을 따라 올라갑니다
설치된 나무 계단을 따라 올라갑니다
동이 트기 시작했습니다. 원래는 산등성이쯤 올라가서 일출을 봐야지 계획을 했는데 아뿔싸, 동쪽 산맥에 가로막혀 버렸습니다. 해는 가끔 서쪽에서 뜨지 않나요? ...오늘만 그렇게 해줄래요 해님?

동 트기 전에는 헤드라이트를 쓰고 산을 올랐습니다

걷다 보니 도로를 건너가야 했습니다. 사다리가 단이 좁아서 밀리가 난감해했습니다. 과연 오를 수 있을까요?
걷다 보니 도로를 건너가야 했습니다. 사다리가 단이 좁아서 밀리가 난감해했습니다. 과연 오를 수 있을까요?
날 어서 올려달라개
날 어서 올려달라개
도로를 건너자 나무 계단이 계속 이어졌습니다
도로를 건너자 나무 계단이 계속 이어졌습니다
지도에는 없는 망루(?)가 있어서 올라갔더니 아주머니 한 분이 계셔서 사진을 부탁드렸습니다
지도에는 없었지만 장대라는 곳이 있어 올라가봤습니다. 아주머니 한 분이 계셔서 사진을 부탁드렸습니다.
성곽돌 적치안내 표지판이 있는 곳에 갈림길이 있었습니다. 사실 이미 한참 전에 길을 잘못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 사실을 모른 채 풀을 헤치고 성벽 위로 올라간 뒤 따라 걷기 시작했습니다.
성곽돌 적치안내 표지판이 있는 곳에 갈림길이 있었습니다. 사실 이미 한참 전에 길을 잘못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 사실을 모른 채 풀을 헤치고 성벽 위로 올라간 뒤 따라 걷기 시작했습니다.
이 길이 맞나 싶었지만 누군가 걸어간 흔적이 있어서 일단 걸어보기로 했습니다
이 길이 맞나 싶었지만 누군가 걸어간 흔적이 있어서 일단 걸어보기로 했습니다
길이 맞긴 했나 봅니다. 대신에 암벽 한 번 타야 하는 난감한 구간이 나타났습니다. 밀리는 오를 수 없는 경사라 안고 오르기로 했습니다.
길이 맞긴 했나 봅니다. 대신에 암벽 한 번 타야 하는 난감한 구간이 나타났습니다. 밀리는 오를 수 없는 경사라 안고 오르기로 했습니다.

 

밀리가 1kg 더 쪄서 14kg이라 조금 빡셌지만, 무사히 올랐습니다. 살 빼자 밀리말리...

2024년 처음 보는 일출이었습니다. 지평선, 수평선 너머로 뜨는 일출이 아닌 산등선 너머로 뜨는, 어쨌든 일출이네요.
2024년 처음 보는 일출이었습니다. 지평선, 수평선 너머로 뜨는 일출이 아닌 산등선 너머로 뜨는, 어쨌든 일출이네요.
밀리 발바닥 상태를 한 번 확인했습니다. 강철 발바닥을 가진 강철 강아지입니다.
밀리 발바닥 상태를 한 번 확인했습니다. 강철 발바닥을 가진 강철 강아지입니다.
멀리 제4망루가 보였습니다
멀리 제4망루가 보였습니다
제4망루에 올라 바라본 풍경은 미세먼지로 시야가 썩 좋진 않았지만, 그 나름대로 운치가 있었습니다
제4망루에 올라 바라본 풍경은 미세먼지로 시야가 썩 좋진 않았지만, 그 나름대로 운치가 있었습니다

밀리도 경치를 감상했습니다. 그 반려인에 그 반려견이랄까요.
밀리도 경치를 감상했습니다. 그 반려인에 그 반려견이랄까요.
제4망루에는 억새가 멋스럽게 살고 있었습니다
밀리는 달릴 때 말 달리는 소리가 납니다. 정말로요.
밀리는 달릴 때 말 달리는 소리가 납니다. 정말로요.
제4망루 오른 기념 사진 한 장 찍고 출발했습니다. 멀리 고당봉이 보이네요.

길을 잘못 들었다. 그냥 포기하고 내려갈까?(제4망루 ~ 고당봉 ~ 동문)

산을 오른 지 두 시간 반을 넘겼습니다. 밀리가 힘들어하기 시작했습니다.
산을 오른 지 두 시간 반을 넘겼습니다. 밀리가 힘들어하기 시작했습니다.
원효봉에 도착했습니다. 밀리는 절벽 쪽에 다가서는 걸 무서워하질 않아 보는 제가 간 떨려서 그만 가라고 말렸습니다.
원효봉에 도착했습니다. 밀리는 절벽 쪽에 다가서는 걸 무서워하질 않아 보는 제가 간 떨려서 그만 가라고 말렸습니다.
견생은 절벽을 따라 걷는 거개
견생은 절벽을 따라 걷는 거개
무서워하지 말개
무서워하지 말개
북문을 향해 가는 길
북문을 향해 가는 길
북문 앞에서 기념 사진을 찍었습니다
북문 앞에서 기념 사진을 찍었습니다
고당봉을 향해 나무 계단을 계속 올랐습니다
고당봉을 향해 나무 계단을 계속 올랐습니다
땅이 얼어서 서걱거렸습니다
땅이 얼어서 서걱거렸습니다
밀리는 뒤에서 천천히 잘 따라왔습니다. 밀리가 두 시간여 등산을 하면 지친다는 걸 지난 장산 등산 때 알았기에 밀리를 업고 이동할 어부바 가방을 준비했습니다.
밀리는 뒤에서 천천히 잘 따라왔습니다. 밀리가 두 시간여 등산을 하면 지친다는 걸 지난 장산 등산 때 알았기에 밀리를 업고 이동할 어부바 가방을 준비했습니다.
장하다 밀리
장하다 밀리
고당봉 바로 아래에는 작은 사당(?)이 있었습니다
고당봉 바로 아래에는 작은 사당(?)이 있었습니다
고당봉 비석
고당봉 비석
고생했어 밀리. 같이 올라줘서 고마워.
고생했어 밀리. 같이 올라줘서 고마워.
고당봉에서 바라본 풍경
고당봉에서 바라본 풍경
잠깐 쉬면서 트윅스 초코바를 먹었습니다. 몇 년 전, 모든 국립공원을 오르는 일을 했을 때 이후로 오랜만에 정상에서 맛 보는 초코바였습니다.
잠깐 쉬면서 트윅스 초코바를 먹었습니다. 몇 년 전, 모든 국립공원을 오르는 일을 했을 때 이후로 오랜만에 정상에서 맛 보는 초코바였습니다.
밀리가 제 뒤에 앉는데 바로 낭떠러지라 정말 후덜덜했습니다. 불러도 일어나질 않아서 제가 엎드려 기다시피 하며 밀리를 안전한 곳으로 옮겼습니다. 제가 낭떠러지 쪽에 앉아 있어서 보호하려고 저기 앉은 걸까요? 아무튼, 정말 강철 강아지는 겁이 없습니다.
밀리가 제 뒤에 앉는데 바로 낭떠러지라 정말 후덜덜했습니다. 불러도 일어나질 않아서 제가 엎드려 기다시피 하며 밀리를 안전한 곳으로 옮겼습니다. 제가 낭떠러지 쪽에 앉아 있어서 보호하려고 저기 앉은 걸까요? 아무튼, 정말 강철 강아지는 겁이 없습니다.
밀리를 어부바 가방을 이용해 업고 이동할 준비를 했습니다
밀리를 어부바 가방을 이용해 업고 이동할 준비를 했습니다

어부바 가방 착용 타임랩스

종주 전에 미리 연습했었기에 밀리는 편하게 자리 잡았습니다. 약 20kg에 가까워진 짐(?)을 짊어지고 나아갔습니다.

밀리를 업고 호기롭게 나섰습니다. 이때까지도 제가 길을 잘못 들었다는 걸 모른채...
길을 잘못 들었다는 사실을 알고 잘못 든 길로 하산할까 하는 충동도 일었습니다. 왔던 길이 오르막이었고 꽤 길었던 걸 알기에 기운이 쭉 빠졌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얼마나 더 걸릴진 몰라도 환 종주하기로 마음먹었고 아직 동문과 남문을 가지 못 했기에 제4망루까지 돌아가기로 결심했습니다. 카메라를 설치하고 너무 멀리 걸어가면 회수하기 힘들기에 중간에 서둘러 돌아왔습니다. 🫣
제4망루를 지나 새로운 길에 접어 들었습니다. 밀리를 업고 오르는 게 쉽진 않았기에 표정이 많이 어두워졌네요. 하하하하

소나무 숲길이 예뻐서 컨셉 사진을 찍어봤습니다. 밀리는 뒤에서 자고 있었나 보네요. 업고 있으면 팔랑거리는 밀리 귀랑 주둥이 정도만 보여서 어떤 표정인지는 몰랐습니다.
소나무 숲길이 예뻐서 컨셉 사진을 찍어봤습니다. 밀리는 뒤에서 자고 있었나 보네요. 업고 있으면 팔랑거리는 밀리 귀랑 주둥이 정도만 보여서 어떤 표정인지는 몰랐습니다.
동문 옆 쉼터 같은 곳에 도착했습니다
동문 옆 쉼터 같은 곳에 도착했습니다
앉아서 쉬는 듯 사진을 찍었지만 곧장 일어나 동문을 향해 걸었습니다. 이런 컨셉 사진도 찍다보니 재밌네요. :)
동문 도착. 젊은 모녀가 등산하고 있기에 사진을 부탁드렸습니다. 고당봉에서 동문까지 약 한 시간 반가량 밀리를 업고 왔습니다.
동문 도착. 젊은 모녀가 등산하고 있기에 사진을 부탁드렸습니다. 고당봉에서 동문까지 약 한 시간 반가량 밀리를 업고 왔습니다.

한 걸음씩 내딛다보면 끝이 나온다(동문 ~ 화명수목원)

동문부터 다시 밀리도 걷기 시작했습니다. 지친 건 좀 회복한 듯 보였습니다.
동문부터 다시 밀리도 걷기 시작했습니다. 지친 건 좀 회복한 듯 보였습니다.
대륙봉 평평바위에서 바라본 부산 도심 풍경
대륙봉 평평바위에서 바라본 부산 도심 풍경
대륙봉을 넘어 남문을 향해 나아갔습니다
대륙봉을 넘어 남문을 향해 나아갔습니다
남문 도착. 이제 서쪽으로 돌아가는 일만 남았습니다. 만세.
남문 도착. 이제 서쪽으로 돌아가는 일만 남았습니다. 만세.
평일인지라 등산객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나마 동문 쪽에서 등산객분들을 많이 마주쳤었습니다. 그쪽에서 출발하시는 분들이 많은 듯했습니다.
평일인지라 등산객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나마 동문 쪽에서 등산객분들을 많이 마주쳤었습니다. 그쪽에서 출발하시는 분들이 많은 듯했습니다.
제1망루는 다른 망루와 달리 별다른 관리를 안하는 듯 했습니다
제1망루는 다른 망루와 달리 별다른 관리를 안하는 듯 했습니다
도그 킹 밀리
도그 킹 밀리
라이언 킹 패러디 한 번 하고 기분이 상당히 상했습니다. 쏴리.
라이언 킹 패러디 한 번 하고 기분이 상당히 상했습니다. 쏴리.
하품하며 여유 부리는 밀리
하품하며 여유 부리는 밀리
서쪽으로 향하는 길에 낙동강을 낀 풍경을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서쪽으로 향하는 길에 낙동강을 낀 풍경을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올라야 하는 파리봉에 도착했습니다. 밀리가 저렇게 있으니 정말 무서웠습니다. 정작 밀리는 아무 생각 없이 돌아다녔지만요.
마지막으로 올라야 하는 파리봉에 도착했습니다. 밀리가 저렇게 있으니 정말 무서웠습니다. 정작 밀리는 아무 생각 없이 돌아다녔지만요.
파리봉에서 급경사를 따라 설치된 계단을 따라 하산을 시작했습니다. 금정산성을 사람이 만들었다는 사실도 놀랍지만, 산행 내내 설치된 데크 같은 것들도 누군가가 설치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시설물 설치를 위한 자재들은 어떻게 날랐을까요? 감사할 뿐입니다.
파리봉에서 급경사를 따라 설치된 계단을 따라 하산을 시작했습니다. 금정산성을 사람이 만들었다는 사실도 놀랍지만, 산행 내내 설치된 데크 같은 것들도 누군가가 설치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시설물 설치를 위한 자재들은 어떻게 날랐을까요? 감사할 뿐입니다.
화명수목원 표지판을 만났습니다. 끝이 보입니다. 화명수목원을 향하는 길은 네이버 지도엔 표시가 돼 있지 않았습니다. 크게 우회하지 않는 길인데다가 야자매트를 깔아둬서 편하게 갈 수 있었습니다.
화명수목원 표지판을 만났습니다. 끝이 보입니다. 화명수목원을 향하는 길은 네이버 지도엔 표시가 돼 있지 않았습니다. 크게 우회하지 않는 길인데다가 야자매트를 깔아둬서 편하게 갈 수 있었습니다.
화명수목원에 도착했습니다
화명수목원에 도착했습니다
8시간의 금정산성 환 종주가 이렇게 끝났습니다. 밀리가 끝까지 안전하게 함께 해줘서 정말 고마웠습니다.
여덟 시간의 금정산성 환 종주가 이렇게 끝났습니다. 밀리가 끝까지 안전하게 함께 해줘서 정말 고마웠습니다.

직사각형 돌 하나씩 쌓아 금정산성을 완성했듯이, 한 걸음씩 걷다 보면 삶은 완성되겠지. 그게 어디든 괜찮다. 그 걸어온 시간이 소중한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