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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니(금이빨) 팔 때 망할 뻔한 썰 풉니다

1만 2천 원 ➡ 1만 4천 원 ➡ 6만 원 

금니를 팔기 위해 세 군데의 금매입 가게를 들렸습니다. 첫 번째는 동네에 있는 금은방, 두 번째는 지하철 역사 내의 금 매입 전문 가게, 세 번째는 검색해서 찾아간 금매입 회사였습니다.

동네에서 금니를 팔아도 금은방 모인 곳에서 파는 거랑 큰 차이 없겠거니 생각했다가 3배가 넘는 금액을 손해 볼 뻔했습니다. 왜 그렇게 됐는지 정황을 이야기해 드리겠습니다.

혹시 금니(금이빨)를 팔기 위한 방법을 찾기 위해 이 글을 보셨다면 이미 저보다는 금시세를 잘 받으실 거라 생각합니다. 제가 금니를 판매할 때 사용한 방법을 공유드립니다.

금니(금이빨) 팔 때 시세 확인 및 주의사항

1. 검색창에 '금니(금이빨) 시세'를 검색합니다.

2.  금니 시세를 확인합니다.

  • 모든 시세는 최고가만 적어둡니다. 금니의 부재료 합성률에 따라 실제 가격은 더 낮게 받을 수 있으니 참고 바랍니다.
  • 금니는 1돈(3.75g)이 아니라 1g 기준가입니다.
  • 금니 매입 홈페이지에서 자신의 금니가 해당하는 형태(인레이, 포세린, 크라운 등)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3. 시세를 확인한 곳에 택배로 판매하거나 그 시세를 인지하고 오프라인으로 판매할 수 있는 곳을 찾습니다. 시세랑 차이는 있을 수 있으나 너무 터무니없는 금액을 듣는 다면 다른 곳도 꼭 확인해 보시길 바랍니다. 터무니없는 가격이 어떤 것인지는 아래 금니 판매하는 과정을 적은 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서울 폐금의 금니 시세표
서울 폐금의 금니 시세표
금니 마켓의 금니 시세표
금니 마켓의 금니 시세표

 

금이빨닷컴 금니 시세표
금이빨닷컴 금니 시세표

감정비 5천 원인데 3천 원만 줘요

금니

몇 년 전에 치과 진료를 하며 금니 씌워둔 걸 떼냈더니 의사 선생님께서 얼마 안 해도 팔 수 있다고 저에게 건네주셨습니다. 한참을 까먹고 있다가 집 정리를 하면서 발견하고는 또 까먹기 전에 얼른 팔아야겠다 싶어서 집을 나섰습니다.

집에서 가까운 지하철역사 내에 금을 매입한다고 크게 간판 붙인 곳을 본 기억이 나서 찾아가는 중에 '금이빨 삽니다'라고 적힌 금은방이 있어 시세나 한 번 볼 겸 들어갔습니다.

선글라스를 낀 중년 부부가 판매대 뒤 컴퓨터를 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제가 금니를 건네자 중년 여성이 말했습니다.

"이거 얼마 안 하겠네, 몇 천 원?"

그리고는 중년 남성에게 건넸습니다.

저는 금이빨 시세라는 걸 인터넷에서 검색해 보겠다는 생각도 못 한 채 간 거라 진짜 얼마 안 되겠구나 했습니다.

중년 남성은 한 번 보더니 "금 성분이 그래도 많아 보이네"라고 말하더니 감정을 해봐야 한다면서 잠시 멈칫거리더니 "이거 판매할 거죠?"라고 물었습니다. 저는 팔러 나온 거라 그렇다고 했습니다.

금니를 철판 같이 보이는 것에 슥슥 몇 번 긁고는 어떤 액체를 떨어뜨립니다. 그리고 무게를 재더니 말합니다.

"만 이천 원이요."

이 얘기를 듣고 허무했습니다. 그런데 중년 여성은 몇 천 원 이랬다가 중년 남성이 만 이천 원이라고 하는 말에 좀 신뢰가 떨어지더군요. 저는 다시 돌려달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중년 남성은 말했습니다.

"그럼 감정비를 줘야지. 원래 오천 원 받는데 삼천 원만 줘요."

중년 여성은 옆에서 시약이 비싸니 어쩌니 했습니다. 아니 뭐 용액에 금을 탔나 싶었죠. 그런데 그냥 돈을 주긴 좀 아니꼬왔습니다. 제 뇌에 있던 '비뚤어질 테야 엔진'이 오랜만에 돌아가기 시작하며 기괴한 소리를 만들어 내는 중이었습니다.

"그럼 감정한 결과를 주세요."

중년 남성은 뭐라뭐라 했습니다. 사실 귀담아들을 생각은 없었기에 무슨 말했는지 기억도 안 납니다. 그냥 웃으면서 "아~ 네, 네." 맞장구쳤습니다.

어쨌든 가져가야겠다 싶어서 삼천 원을 냈습니다.

"아니, 어차피 팔 건데 가져가서 뭐 하게?"

중년 여성이 말했습니다. 수상하니까 다른데 팔아야죠,라는 말은 차마 할 수 없어서 그냥 인사하고 나왔습니다. 그래도 이때 삼천 원을 안 냈다면 아마 두 번째 가게에서 금을 팔고 만족했을지도 모릅니다. 이때부터 뭔가 이상한 기류를 느끼기 시작했으니까요.

치금 한 돈(3.75g)에 70,000 원인데, 1g인 내 금니는 왜 14,000 원이죠?

첫 번째 가게를 나서고 원래 판매하려고 했던 지하철 역사 내 금 매입 가게로 갔습니다.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성 사장(나중에 보니 직원이었습니다)은 뜨개질을 하고 있었습니다. 금니를 건네자 첫 번째 가게와 똑같은 감정이 진행됐습니다. 여직원은 계산기에 알 수 없는 단위들을 두드리더니 말했습니다.

"만 사천 원이네요."

"몇 그람 이죠?"

"1.07g인데 치금은 푼 단위는 절삭하거든요. 그래서 1g이네요."

두 번이나 비슷한 시세를 들으니 다른 곳 가도 얼마 더 못 받겠구나 했습니다(이제야 동네에 왜 그렇게 '금이빨 삽니다'라는 입간판이 많은 지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네, 아직도 '비뚤어질 테야 엔진'을 멈추지 못했습니다.).

금니를 팔고 나서면서 여직원에게 금니 시세를 물었습니다. 그러자 여직원이 말했습니다.

"치금은 칠만 원이에요."

"한 돈인 거죠?"

"네."

저는 감사하다고 인사하고 지하철역을 나섰습니다.

역 밖으로 계단을 오르면서 여직원이 알려준 치금 시세로 가격을 계산해 봤습니다.

70000 / 3.75 = 18,667원

왜 값이 안 맞나 싶었습니다. 1g에 18,667원. 전 산수도 잘 못 해서 이게 맞는 계산인가 싶었는데, 어쨌든 제 부족한 지식으로 볼 때 뭔가 석연찮아서 다시 가게를 찾아갔습니다.

여직원에게 제가 계산한 방식을 말했습니다. 그러자 여직원은 금은방들이 하는 계산 방식이 있다며 모르는 단위들을 쏟아냈습니다. 귀 기울여 들어도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가 잘 이해를 못 하고 잘 몰라서 여쭤본다며 제가 했던 계산을 말했습니다. 여직원은 맞다고 수긍하면서도 치금은 순금이 아니라서 성분이 어쩌고 저쩌고 그래서 시세가 블라블라블라...

"그럼 지금 금 한 돈 매입가는 얼마인가요?" 제가 물었습니다.

"삼십만 원이죠."

저는 여기서 또 한 번 의문이 갔습니다. 순금이 한 돈 30만 원 매입이고 치금이 한 돈 7만 원 매입이면 이미 치금의 순도에 대한 가격을 반영한 거 아닌가 싶었죠. 그래서 제 생각을 말하니 또 치금은 함량이 어쩌고 저쩌고...

대화가 계속 되풀이 됐습니다. 그러는 사이 제 옆에는 검은 옷을 입은 중년 여성 한 명이 저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여직원은 정 마음에 안 들면 금을 다시 돌려주겠다고 했습니다. 이때만 해도 사천 원 차액이라 그냥 궁금해서 물어보러 왔다고 말하고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집에 도착하고도 영 마음이 찝찝해서 그제야 금이빨 시세를 인터넷에 검색했습니다. 그리고 아뿔싸 싶었습니다. 제가 팔았던 금니가 7만 원대에 매입되고 있었습니다. 금시세가 적힌 회사에 전화해 다시 한번 금액을 확인해 보니 금니 상태에 따라 최소 사만 원 정도 받을 수 있다고도 했습니다. 아무리 못 받아도 제가 팔았던 금액에 적어도 두 배 이상은 받을 수 있었습니다.

저는 다시 외투를 챙겨 입고 부랴부랴 지하철역으로 뛰어갔습니다. 다행히 가게는 열려 있었고 여직원은 여전히 뜨개질을 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다시 돌려받겠다고 하자 여직원은 알겠다며 금니를 돌려줬고 저도 받은 금액을 돌려줬습니다. 어쩐지 한마디 하고 싶어 입이 근질거렸지만 생각해 보면 여직원이 저한테 사기를 친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이를 꽉 깨물고 말했습니다.

"금스흡느드."

금니 팔기 여정의 끝, 마이 프레시오스 금룸 금룸

금니 시세가 있는 곳 중 제가 사는 지역에서 사업하는 회사가 있었습니다. 차로 조금 거리가 있었지만 오프라인으로도 매입을 한다고 해서 찾아갔습니다. 주거 지역 안 일 층에 있는 회사였는데 밖에서 보면 금을 매입하는 곳이 아니라 좀 수상쩍은 느낌이었습니다. 아마 금니를 팔기 전까지는 '비뚤어질 테야 엔진'이 꺼지지 않을 작정이라 그렇게 보였지 싶습니다.

철문 현관 벨을 누르니 젊은 남성 직원이 나왔습니다. 안으로 들어가자 그냥 일반 회사 사무실 같았습니다. 파티션으로 나눠진 책상에 앉아 있는 여섯 명 정도의 직원과 안간힘을 다해 살아가는 창가의 관엽식물들. 형광등 조도가 낮아서 무미 건조한 분위기. 남직원은 제 금니를 챙겨 가더니 잠시 후 다시 나타나서 말했습니다.

"육만 원입니다."

저는 냉큼 받고는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고 나왔습니다. 비록 온라인 시세에 적힌 칠만 원은 아니었지만 동네에서 판 것 보다 세 배는 더 받았기에 아쉬울 게 없었습니다. 기분 좋아서 집에 돌아오는 길에 시장에 들러 오천 원 치 찹쌀 도너츠와 크림 도너츠를 샀습니다.

이 사건으로 말미암아 잘 모르는 것은 인터넷으로 먼저 사전 조사를 해보는 게 좋겠다 싶었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도 저보다 좋은 시세에 금니를 파실 수 있길 바라겠습니다. :)